모든 사랑하는 것들에게.

인간은 잊지 못하고, 잃어버리는 생물이다.

의사인 내가 수많은 삶과 죽음의 수용소에서 관찰한 모든 이들의 마지막은 잊지 못하거나, 잃어버리거나. 사람들은 때에 가까워지면 어떤 경지에 도달하는 것일까? 그들은 유언은 되새김질 된다. 나를 잊고, 잃어버리고, 살아가라고.

남겨진 자들에게 잊는다는 것은 크나큰 죄악으로 다가온다. 비록 그것이 주어진 전언前言이 아님에도 그러하다. 우리들은 그들이 가장 바라고 고대하던 것을 평생 이루어줄 수 없는, 부끄러운 사람들이 된다.

이것은 하나의 큰 불행과도 같다.

(중략)

사람은 사람에 의해 구원 받는다고 하던가. 나는 이 말에 깊이 동의하기엔 힘이 든다. 응급실로 들어오는 환자들은 사고의 피해자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건의 피해자들이기도 했다. 어느 날은 중학교 남짓의 소녀가 다리에 골절 상을 입고 실려 왔다.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을 했다고 했다. 차마 그에게 그때의 심정이 어떠했냐고 물을 수 없었다. 그의 몸에 난 푸른 자국들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긴급 수술에 들어가기 전, 마취제를 투여하며 눈을 감은 그에게 물었다. 선택을 후회하느냐고. 당연하게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두 번째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삶을 포기하기로 선택한 이들은 불쌍한 자의自意였는가? 불순한 타의他意였는가. 어느 쪽이든 남아버린 우리들은 그들의 언어를 해석하기 위해 숨을 바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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