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1 18, 카야노키 시게히로의 자백서.

<aside> <img src="/icons/chat_gray.svg" alt="/icons/chat_gray.svg" width="40px" /> 전부 조사하셨다면, 그 새끼가 어떤 짓거리를 해왔는지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입양한 자식이라도 어린아이라면 지켜주어야 하는 게 마땅한 일 아닙니까.

…부러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교제하던 동안에도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한사코 막았습니다. 자신이 이 사람 곁에 있기로 했다.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다. …라고. 그렇지만 전부 거짓말이었던 겁니다. 미나미는 그 자식 아래에서 가장 괴로워했습니다.

미나미의 부고를 처음으로 발견한 것도 저였습니다. 그야, 그 아파트에 살고 있던 건 바로 저희였으니까. …가족에게 연락이 갔죠. 그를 피해서 대학으로 도망쳤던 거였는데, 미나미는 아직도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겁니다.

…그렇게 저는 미나미를 빼앗겼습니다.

저희는 결혼으로 묶인 사이가 아닌지라, 가족의 결정이 최우선시된다더군요. 장례식도, 화장도, 그것을 뿌린 것도… 전부 그 자식이 결정해버렸어요. 저는 그녀가 화장되어 뿌려진 곳이 어디인지도 듣지 못했습니다. 원래 자기 것이었던 걸 가져가듯, 제 자리를 떠버렸어요.

…듣고 나서야 알겠군요, 그녀가 제게 부탁한 여행의 종착지는 그런 바다가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아시겠죠? 저는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그놈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와서 자기 것이라고 선포하는 꼴을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마구. 때렸던 것 같습니다. 미나미가 상처 입었던 만큼이요. 딱, 3년 전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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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img src="/icons/chat_gray.svg" alt="/icons/chat_gray.svg" width="40px" /> …대학교에 다닐 때에도 괴롭힘은 이어졌습니다. 어디서 굴러들어온 사람인진 모르겠지만, 미나미만 봤다고 하면 흉을 봤다고 들었어요. 이것도 미나미가 도통 말해주지 않아서 동기라는 사람에게 건너 건너 들은 내용입니다. 미나미를 데리러 갈 때마다, 들려오는 소문들이 끔찍했거든요. 사람 하나를 그렇게 몰아세워도 되는 겁니까? 자신들이 겪은 일도, 본 일도 아닌 일에 순식간에 입을 얹어요.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사소한 이유로.

…분명 미나미를 힘들게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그녀도 미나미의 죽음에 가담한 거죠. 그래서… 그렇다고 생각하니 몸이 먼저 움직였어요. 목을 졸랐던 것 같습니다. 끈질기게 도망가려고 하길래 다리를 손봐줬어요.

…와테이 쥬이키 이후, 두 번째였네요. 그것도 딱 3년 전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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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img src="/icons/chat_gray.svg" alt="/icons/chat_gray.svg" width="40px" /> …그를 처리한 것이 1년 전이니, 전부 살아있었다면 지금은 동갑이겠군요. 그놈과 미나미, 저는 삿포로의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처음엔 장난이 심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옆에서 제지할 때만큼은 가만히 있었지만…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이었습니다. 그놈은 미나미를 집요하게 괴롭혀왔어요. 결국 사건이 커져 학교에 위원회가 열렸지만… …전부 봐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렇게 그놈은 이름까지 바꾸고 다른 학교로 도망쳤어요.

어느 날은 후배가 사람 하나를 소개해주더군요. 이것저것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한 사람인데, 선생님의 칼럼이 마음에 든다고.

…그 칼럼은 미나미를 기리며 적은 것이 맞았습니다. 저는 기대에 부풀어있었어요. 그러나, 얼굴을 보자마자 역한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지금은 하가 소이치라는 이름에, 직장까지 번듯하게 다닌다니. …그럴 자격이 없는 놈입니다. 심지어 제 얼굴도 기억하질 못하더군요. 그렇다면 미나미를 기억하고는 있을까요?

…넘겨준 USB에는 제가 그동안 모았던 하가 소이치의 뒷사정을 담았습니다. 학교의 기록부터 그 후로 저지른, 사람들이 모르는 그의 이면 말입니다. 칼럼이라고 이야기하니 순순히 받아 들더군요. 사표를 제출했다고 했죠? 문서의 마지막에는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라. 라고 적었습니다만, 또 도망가려고 했던 거겠죠. 어디로요? 뭐,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그 전에 미가니시의 도움을 받아 그를 처리했습니다. 제 자동차 대신 자신의 것을 빌려주겠다고… …예, 간절했습니다. 그래서 의심할 겨를은 없었습니다.

1년 전, 그의 목을 졸랐습니다. 그 건물에서요. 당시의 미나미도 분명, 그만큼 숨이 막혔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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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img src="/icons/chat_gray.svg" alt="/icons/chat_gray.svg" width="40px" /> 미나미가 찾은 알바에서 만난 건 그놈이었습니다. …들으셨죠? 얼마나 악독한 사람인지. 미나미가 어느 날은 뺨이 부어서 돌아왔더군요. 많이 피곤하신 분이었던 것 같다. 별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라. 고 웃었습니다. …죽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 사람이 유메노 리카라는 걸.

미가니시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는 정말 모든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필요하다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다주었습니다. 어느 날은 물어보았습니다. 나를 왜 이리 돕느냐고. 그런 사람들은 죽어 마땅하죠. 라고 이야기하며 유메노 리카의 거주지 정보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래서 1월부터 그녀를 구워삶았죠. 가장 큰 배신감을 주고 싶었어요. 되지도 않는 연인 행세를 해야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기회가 없었거든요. 집에 틀어박혀 도통 나오질 않아서. 그를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 역함을 참을 수가 없어서요. 방법을 고민하던 그때, …자신이 협박받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불한당으로부터.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했어요. 곧장 불러내어 천천히 끝을 내줬습니다.

…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쯤 미가니시에게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연락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의 도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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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 사람이 이토록 많은 불행을 껴안아야 했습니까? 분명하게도 저는 늦었습니다, 늦었기 때문에 미나미가 떠나갔을 테니… …그렇지만, 애초에 그런 일이 없었다면 미나미는 자유로웠을 겁니다. 하나하나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어요. 그렇다면 대답을 주세요, 저는 무엇을 믿어야 했던 겁니까…?